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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성폭력예방/성평등교육이 불편한 이들에게 시민의 안전을 맡길 수 있겠는가?

2020-08-28
조회수 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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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성폭력예방/성평등교육이 불편한 이들에게 시민의 안전을 맡길 수 있겠는가? 
- 총경 승진 예정자 등의 <성평등교육장 이탈사건>에 부쳐 -

경찰이 보호하고자 하는 시민은 누구인가? 여성은 경찰이 보호해야 할 시민에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 클럽 버닝썬 사건에서 범죄자들이 마약유통과 마약을 이용한 성폭행 그리고 자신의 성폭행 장면을 촬영하고 돌려보는 디지털 성폭력, vip와 vvip를 대상으로 성상납, 탈세 등의 각종 범죄를 아무런 두려움 없이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경찰 총경이 뒤를 봐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건의 정황과 경찰과의 유착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과 공모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어떻게 되었는가?

이번 총경 승진 예정자 등의 <성평등교육장 이탈사건>은 이러한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번 교육에 있었던 71명은 자신이 성평등 인식이 없어도, 성폭력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처벌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여태까지 호모소셜 가부장제 사회에서 그들이 지켜야 하는 것은 성평등이 아니라 남성 특권이었다. 남성 특권을 바탕으로 그들의 카르텔을 지켜왔던 사람들이 승승장구 할 수 있었고 또한 이러한 남성중심적 구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서로 도왔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구조 안에서 관습대로 해야 자신의 커리어에 유리하다고 여겨진다면, 그들에게 과연 “성평등”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걸림돌”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하는 교육시간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혹은 마음에 불편함마저 전혀 없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성평등 강의의 내용을 ‘개인 의견’이라 일축, 폄하하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보여준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배제되더라도 ‘성장’과 ‘경쟁’만이 중요한 것처럼 여겨졌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시대가 아니다. 성평등 인식이 부족한 것은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것과 같다. 성평등 인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는 태도와 모두에게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사람이 어떻게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 성평등 인식은 리더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다.

미투운동이 이 사회의 뿌리깊이 스며들어 있는 성차별과 성폭력을 뿌리뽑을 수 있는 혁명의 기회를 마련했지만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이들의 힘이 여전히 건재하다. 이제 말하기 시작한 사람들의 입을 다시 닫아 버리려고 한다. ‘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두 번이나 덮였다. 조선일보 방사장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고 장자연님이 세상에 던진 숙제 또한 다시 한 번 덮였다. ‘안희정 비서 성폭행 사건’ 역시 3심의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 성매매 업소에서 성상납을 받으며 단속을 피하게 해준 경찰, 심지어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경찰 등 성범죄에 경찰들이 연루된 사건들과 성폭력 신고를 받고도 출동하지 않거나 늦장대응을 하다가 피해자가 목숨을 잃게 되는 사건들을 보며 어떻게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겠는가?

성평등 인식이 부재한 리더는 리더라고 할 수 없다. 성평등 인식 없는 총경이 여성을 포함한 모든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경찰은 이번 총경 승진 예정자들 중 성평등 교육 중 교육장을 나간 사람들의 승진을 취소해서 경찰이 어떤 가치와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경찰이 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교육에 성평등 교육과 인권교육을 포함시키고 리더십 역량 평가 기준에도 필수 항목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이는 경찰뿐만 아니라 교사 및 모든 공무원들의 훈련과정과 승진 평가 기준에 포함되어야 한다.

성평등교육의 현장에 있는 분들이 이번 사건으로 하여금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의 교육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반응이 잘못된 것이니까.


2019.06.08.
한국다양성연구소